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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의 결혼생활

500만원으로 결혼하기

by 엄마 도토리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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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식

500만 원으로 결혼 준비하기

사내연애로 만난 남편과 저지만 우습게도 둘 다 비혼주의자였습니다. 덕분에 결혼을 결심하고도 여러 가지 제약에 묶이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없다는 것은 곧 비용절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최소한의 금액을 쓰자고 결심했고 그 마지노선이 500만 원. 500만 원으로 결혼 준비가 가능할까요?

 

비혼주의자+비혼주의자= 환상 없음

비혼주의자 둘이 만나 결혼식을 준비하려고 하니 막막하긴 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것만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결정은 쉬운 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은 있을지 언정 결혼식에 대한 환상은 없었던 두 사람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준비과정

제일 먼저 서로 원하는 결혼식의 형태를 확인했습니다. 둘 다 일반적으로 하는 결혼식에는 회의적이라 외국처럼 가족식 형태로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양가에 직계가족과 각자 절친 10명 내외로만 초대해서 식을 진행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업체에서 홈파티 형식으로 진행하는 결혼식을 상담받고 대략적인 견적을 받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겐 그 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져 고민하는 중, 결정적으로 시부모님께서 가족 친지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결국 일반적인 결혼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원하던 형식의 결혼식이 불가능해지자 그냥 최소한으로 할 것만 하자는 마음이 들어 가볍게 결정하게 됩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사실 제일 편한 방법은 패키지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식장을 정하고 예식장과 연계된 곳으로 소개받거나, 스드메만 따로 계약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대신 연계된 곳으로 결정해야 할인이 많이 되기 때문에 모두 원하는 곳에서 진행할 수는 없고, 모두 다 원하는 곳에서 하려고 한다면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가는데 사실 패키지가 아니라 하나씩 따로 예약가능한 곳은 잘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여러 가지로 번거롭기 때문인지 일해본 곳과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패키지가 싫다면 모두 다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준비해야 하죠.

스드메가 뭐죠

결혼식을 준비하려고 하니 제일 먼저 들었던 말이 스드메였습니다. 도대체 스드메가 무슨 말인가 했더니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첫 글자를 따서 스드메라고 부르더군요. 맙소사. 그때 처음으로 결혼식에 정말 관심이 없었구나를 깨달았던 기억이 납니다. 

맨땅에 헤딩

결혼에 대해선 일자무직이었던 두 사람, 그중에서 선장에 당첨된 것은 저....:) 신부 측에서 상대적으로 준비&결정해야 할 것이 많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장 깨기 하는 마음으로 준비해야 할 것을 하나씩 써 내려가봅니다. 그전에 일단 상담부터 받아볼까요?

패키지는 싫어요

예약 후 방문한 업체는 기계적인 멘트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한 군데 방문만으로 질려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공장처럼 굴러가는 시스템이 싫어서 다 따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패키지 금액이 터무니없는 가격처럼 느껴지기도 했고요. 앞서 말했듯이 결혼식에 대한 큰 환상이 없었던 저희는 웨딩 촬영을 생략하기로 합니다. 단,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은 있었으면 하니 지인에게 부탁해 간단하게 찍자고 결정했어요. 다행히 지인이 흔쾌히 승낙해 주어 이동비용+촬영용 드레스를 주기로 하고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결혼식 당일에도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고요. 

 

준비 리스트와 금액

1) 사진 촬영 2) 예식장 예약(길일 확인) 3) 주례 4) 폐백 5) 의상 6) 예단예물 7) 꽃 8) 메이크업 9) 수모비 10) 식비 11) 신혼여행

사실 결혼을 한지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에 아주 세부적인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오히려 기억보다 조금 큰 금액으로 표기했습니다. 정확한 수치보다는 셀프 웨딩의 대략적인 흐름과 비용을 보시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래의 표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추가적인 설명은 아래에 있습니다.

총 예식 비용

예식장 예약 팁

예식장은 미리 길일(혹은 원하는 날짜)을 2,3개 정도 받아두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원하는 날짜에 예약이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습니다. 예식장에 대한 환상도 없어, 시 관할 문화회관에 오픈한 예식장을 이용했습니다. 덕분에 성수기임에도 저렴한 금액으로 예약했었구요. 시 관할 등의 회관은 저렴하거나 무료로도 임대 가능(예약이 치열하다곤 합니다)하다고 하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폐백 생략 시 팁

저희는 폐백을 생략해서 음식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었지만, 폐백을 하지 않으면 양가 친지들이 인사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장소만 빌려 양가 어른들을 모시고 인사를 했습니다. 단, 예식장에 따라 폐백을 하지 않으면 장소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어 미리 협의를 해야 합니다. 저희도 그 시간대 폐백실 사용이 계약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폐백을 하지 않으면 장소 사용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으나 지인 찬스로 해결했습니다. 참고하세요.

 

예단 예물 팁

예단 예물은 생략하기로 했고, 저희 친가에서 해드리고 싶다고 하셔서 이불만 한 채 준비했습니다. 가전과 가구의 경우엔 당시 제가 살던 집의 전세기간이 남아 남편이 들어오기로 한 상황이라 생략했습니다. 예물은 결혼반지만 하기로 해서 귀금속 상가에 가서 맞췄는데 사진 촬영 전에  제작이 힘든 대신 대여가 가능했습니다. 반지 착용한 사진을 찍고 싶으시다면 예물 제작 시 미리 확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복 팁

신랑 예복은 결혼 전 구입했던 양복 그대로 입는 대신 턱시도 셔츠와 리본 타이만 구매했고, 신부 드레스와 액세서리류는 직구로 구입했습니다. 한복같은 경우 남편은 입을 일이 없어 맞추지 않았고 그 당시 사정상 한복을 입을 일이 많았던 저만 구입했어요. 추후 시부모님께서 감사하게도 대부분 금액은 지원해주셨구요. 업체에서 촬영용 한복을 무료로 빌려준다고 해서 신랑은 대여한 한복을 입고 촬영했습니다.

 

부케 팁

손재주가 보통 이상이라면 직접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케는 꽃집에 주문 제작할 경우 2-30만 원 선이라 직접 만들기로 결정했고 결혼식 전날 연차를 쓰고 꽃 시장에서 꽃을 사 와서 손재주 좋은 남편이 직접 만들었습니다. 퇴근하고 와서 꽃을 만들고 있던 지친 남편의 얼굴이 기억나네요ㅎㅎㅎ

 

메이크업 및 헤어 팁

사진 촬영 때는 소셜커머스에서 판매하는 메이크업 상품과 셀프 메이크업으로 해결했고, 결혼 당일은 출장 메이크업으로 해결했습니다. 메이크업의 경우 평소보다 조금 더 진하게 해야 촬영 시 덜 날아갑니다. 조명 때문에 생각보다 진하게 해야 하더라고요. 동생 소개를 받았는데 동생은 인터넷으로 찾았다고 했었어요. 금액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10-20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이 나기 때문에 최대 금액으로 표기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동생이 셀프웨딩으로 진행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보를 얻기 쉬운 편이라 그나마 다행이었어요. 

그 외 팁

수모비는 패키지일 경우엔 보통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연계된 패키지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직접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동생의 친구가 도와주겠다고 해서 통상적인 수모비로 준비하였습니다. 식대는 양가 부모님께서 각자 지출하였기 때문에 정확한 비용은 모릅니다. 축의금으로 충당 가능한 정도 선이라고만 들었습니다. 

 

신혼여행 팁

신혼여행은 장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이 부분은 취향에 맡깁니다. 나라에 따라선 국내보다 해외가 저렴한 경우도 있어 이 부분만큼은 충분한 검색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여행과 동일하게 패키지가 좀 더 비싸지만 고민 없이 따라다니기만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주 가본 곳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니까요. 저희는 사내 커플이라 쓸 수 있는 휴가 일자가 제한적이었고 같은 해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어 국내 여행으로 선택했었거든요. 개인의 사정 따라 유연성 있게 결정하시면 될 듯합니다.

결론

500만 원으로 결혼식 준비는 가능했습니다(지금은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변수는 있을 듯합니다). 아마 실제로 저희가 사용한 금액은 500만 원보다 더 적을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양가 부모님께서 도움을 주신 부분도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이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환상이 많을수록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슬프게도 비용 증가와 이어집니다. 그리고 유경험자로서 말씀드리자면 패키지를 선택하는 쪽이 조금 더 몸과 마음이 편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결혼식보다는 내실 있는 결혼식이 좋다, 발이 넓다 하시는 분들은 직접 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 재능 있는 지인이 많다면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추억도 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듯합니다. 결혼식은 둘의 축제이기도 하지만 사실 양가가 처음으로 같이 하는 이벤트기 때문에 신랑신부될 두 사람이 가교 역할을 얼마나 잘하는지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듯합니다. 누구 하나를 위해서가 아닌 모두를 위한 축제(노래 가사 같네요)가 될 수 있는 행복한 날을 만들 수 있으시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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