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쓰는가?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쓰는가?'였습니다.
오래된 꿈
제겐 아주 오래된 욕망이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유추가 가능할 것 같은데요. 그것은 바로 글을 쓰는 것,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책을 쓰는 것입니다.
TMI
아무도 관심 없을 이야기임은 예상하면서도 써봅니다. 가끔은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써야 하는 글도 있으니까요.
책벌레
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미디어 매체를 지양하는 어머니 덕분에 정해진 시간 외에는 TV시청은 하늘의 별따기였습니다. 게임 같은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죠. 대신 책은 질리도록 읽을 수 있었고, 사춘기쯤엔 하루 5,60권씩 읽는 만화광으로 성장합니다. 만화뿐만이 아니라 활자만 있다면 말 그대로 닥치는 대로 읽어댔어요. 자타공인 활자 중독자로,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 수업 시간에도 몰래 책을 읽다 혼나는 학생이었죠.
현실적인 아이
자연스럽게 꿈은 글을 쓰는 것이었고,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으로 대학은 글 쓰는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글을 써서 밥을 벌어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대학생 때까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고 싶은 일로 취직을 할 것이냐 VS 취직을 해서 그 월급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것이냐' 의 기로에서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숨기지 못한 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하기에는 재능도, 노력도 부족하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을 단번에 놓기는 쉽지 않았던지 대학 전공만큼은 원하는 대로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에는 미련 없이 그만두었죠. 다만 40대쯤엔 꼭 에세이 한 권은 써야겠다는 꿈은 계속 간직한 채로- 아니 어떤 내용이라도 좋으니 꼭 한 권은 쓰고 싶다고.
새로운 시작
설명이 길었습니다. 올해 저는 40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주제, 어떤 형태로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앞으로의 이야기
TMI로 가득한 이 글과는 다르게, 앞으로 쓰게 될 글들은 주로 결혼 후의 생활에 대해 다뤄볼 생각입니다.
모르는 일을 쓰기에는 (안타깝게도) 상상력이 부족하고, 현생은 육아의 바다에 99%쯤 잠겨있어 한동안은 출산과 육아, 그리고 예비 워킹맘 이야기 등이 주가 될 듯합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미숙하여 온갖 풍파에 휩쓸리는 이야기들로 가득할 것입니다. 때로는 휘청이며 때로는 굳건하고 때로는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시며 부디, 비슷해서 위로받고 달라서 얻어가는 이야기들이 있길 바라요.
다른 것은 몰라도 세월은 나에게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주머니에 연필이 들어 있으면, 언젠가는 그 연필을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내 아이들에게 즐겨 말하듯, 나는 그렇게 해서 작가가 되었다.
- 폴 오스터의 왜 쓰는가? 중 발췌
그래서 오늘부터 씁니다.
쓰고 싶은 유혹에 사로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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